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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기 수상에 감사한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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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키큰참나무 댓글 0건 조회 32,445회 작성일 12-07-0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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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3년전에 모사이트에 올렸다가, 좀 민망해서 바로 지웠던 글인데...이번에 시타기 수상에 감사해, 작은 보답의 마음으로 다시 올리게 됩니다. 성격이 맞지 않으니, 다른 곳으로 옮기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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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최근들어 안좋은 평판의 대명사가 된 듯한 그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대부분 그런가보다 정도 이상의 맹신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진 않겠지만... 내 기준에 비춰 받을 때 상당히 들어맞는 부분도 있긴 한 것 같다. 썩 달갑지 않은 평판을 듣고 있는 이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은 자조적으로 매니아 혈액형이란 위로를 스스로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테니스에 발을 들여 놓은 이래 서서히 그 본능이 종류만 달리해서 솟아오르는 것 같은데... 그건 다들 알다시피 라켓병이라는 해괴한 병명으로 불려지는 것이다. 물론 남들만큼 화려하게 사치를 부릴만한 여유가 없기에 보통은 틈새에 숨어있는 사소한 것들 속에서 컬렉터적 욕구를 만족시키곤 하는 것 같다.
 
  대충 남들이 유명하다고 하는 라켓들은 중고라도 한번 사서 쳐보자는 맘을 가지고 야금야금 한 두개씩 사용목록을 늘려가고 있는 중에...어린시절 첫사랑에 빠질 때처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 라켓이 있었으니...
 
  그러나 따지고 보면 예고가 없었던 게 아니라... 아주 고약한 우연의 덫에 걸린 꼴이었으니... 바보스럽고 주책스럽지만 다른 이들의 즐거움을 위해 사연을 밝히면 이렇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혼자 백보드를 죽어라 치고 녹초가 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어라! 내 차안 조수석에 왠 멀쩡한 라켓이 놓여져 있는게 아닌가! 넓은 주차장엔 내차만 덩그러니 있고.. .테니스장에도 아무도 없었으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잠시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고... 결국 나는 아주 자의적으로, 또는 이기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나의 테니스적 노력을 가상히 여긴 어떤이가 (한 때 테니스를 쳤지만 그러저런 이유로 그만둔) 자기에게 필요 없어진 물건을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푈클 퀀텀5. 그 라켓 이름이다. 1일천하로 막을 내린 그 라켓과의 인연은 딱 한끝 차이의 추측오류만 있었다. 어느 기증자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주려 했었는데 차를 오인했던 거다. (참고로 나는 차문을 거의 잠그지 않고 다닌다. 뭐 집어갈 것도 별로 없고...차도 비싸지 않아서)
 
  암튼 돌려주기 전에 난 그 넘으로 백보드를 실컷 두들겨보고 떠나 보냈다. 그런데 공짜로 품에 들어왔다 나갔기에 더 맘이 아쉬운 것일까? 물론 그 라켓의 타구감은 호기심 이상의 인상은 주지 못했지만, 그 더할 수 없는 부드러움 만은 푈클라켓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아마 푈클 퀀텀시리즈에 대한 미련이 남아, 마음속에 그 사모하는 마음을 키워간 것 같다. 때로 운명은 이렇게 사소한일을 계기로 전혀 생각지 않았던 길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고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푈클 퀀텀이란 두 단어에 빠져있던 나는 진짜로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되었으니 푈클 퀀텀 V1이었다. (순전히 색깔이 맘에 들어서 ^^)
 
  나온지 꽤 오래된 라켓이라 국내 푈클 수입사인 삼창 본사에도 확인한 결과 유일하던 재고품도 올 봄에 울산에서 마지막으로 팔려버리고 국내엔 남아 있는게 없다고 했다. 중고시장엘 기웃거렸지만 최근 수년간 이 라켓이 시장에 나온 적도 없는 것 같아 국내서 구하기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의 집요함은 해외로 눈을 돌렸고 이베이에서 이 라켓들이 몇개 보였는데 거의 새것같은 제품들은 무려 200달러 가까이 갔고, 환율도 높기 때문에 가격이 어마어마(?) 했다. 사실 오래된 라켓을 그 가격에 산다는 건 좀 바보 같은 짓이긴 하다. 배송비와 구매대행비까지 합하면 그 회사에서 나온 신형 최고급 라켓을 살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이 라켓을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나온지 7,8년 정도나 그 이상 되었을) 사려고 했던 건 순전히 라켓의 디자인이 무척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껏 본 라켓중에 가장 내 취향을 자극하는 배색이었다. 검정색과 회색이 섞인 바디에 노란색과 흰색의 큼직한 글씨가 박힌 아주 독일스러운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5일정도 남은 경매시한을 두고 참여했을때 경매가는 42달러 였다. 이것저것 하면 대략 12만원선. 국내라켓 중고시장에서 출시년도 가격대비로 비싼편이었지만... 희소성을 봐선 충분히 치를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14만원 이상이라면 포기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할인 판매하는 베스트셀러라켓의 새제품 가격이기 때문이다. 자기만족도 좋지만 왠지 바보들의 행렬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었기에.
 
  결국, 우여곡절 끝에 거의 마지노선에 가까운 가격으로 낙찰을 받았고... 그 후, 배송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택배아저씨 한테 전화가 왔다. 그때도 혼자 벽치기를 하고 있던 중이라 그냥 집에 두고 가라고 했는데, 나중에 집에 와보니... 택배아저씨 무심도 하시지 대문 옆에 그냥 놔두고 간 거였다. 큰 길가 철망으로 된 담이라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다 대문까지 열려있는데...
 
  가슴을 쓸어내리며 얼른 라켓을 들고 망설였다. 아이들이 이미 학교에서 돌아와 있기에... 발각되면 지엄마한테 보고하거나, 내 약점을 잡고 반대급부를 요구할 텐데... 마당 구석 한켠에 가서 뜯어볼까? 아니지 진귀한(?) 물건을 한데서 꺼내볼 순 없지... 문을 슬쩍 열고 라켓가방으로 가린 채 슬그머니 들어갔다. 다행히 녀석들은 티브이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방에 들어가 방문을 걸고 요란하게 보이는 국제배송 포장을 뜯고 라켓을 꺼내 들었을 때 밀려들었던 실망감.
 
  사진보다 실물이 못하다더니 이게 딱 그 상황이었다. 로렐라이 언덕도 실제로 보면 그리 평범하다더니...그 독일스러운 느낌은 어디로 갔단 말이냐?
 
  더구나 라켓전체에 묻어 있는 끈적한 액체... 원 그립은 완전히 기름에 쩔어 삭아 있고 겉에만 쓸쩍 싸구리 그립을 감아 놓고...
 
  물론 이베이 상품 설명중에 “ 라켓에 끈적한 것이 묻어 있고 내가 닦아 냈으나, 좀 더 닦을 필요가 있음” 이라고 아주 사소한 일처럼 적어 놓은 판매자의 말이 있었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성의없는 양넘들! ^^
 
  갑자기 남몰래 어이없는 일을 벌여놓은 아이처럼 의기소침해 졌지만... 자세히 보니 의외로 라켓 상태는 무척 양호해 보였다. 일단 이 끈적한 것만 없애보자고... 스티커제거 스프레이를 사다 닦아 볼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라켓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하이타이(나는 보통 모든 세제를 그렇게 부른다) 를 물에 풀어서 수세미로 문질러 보았다. 오! 원더풀 월드! 무얼 닦아 내는 일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니...
 
  좁은 욕실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닦아낸 뒤, 밖에 나가 봄바람에 라켓을 정성껏 말리고... 이 라켓과 어울릴 것 같아 쓰다가 도로 벗겨놓았던 노란색 그립을 감아 보았다.
 
‘씻기고 단장하고 나니 천하일색이더라’라고 하는 옛날이야기의 케케묵은 스토리를 빌려 이 어쭙지 않은 이야기는 허무하게 끝난다.
 
  추억이 있는 사람은 추하지 않다고 누가 말했다.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이 멘트를 억지로 뒤에다 붙인 건 뭔가 글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삶속에서 이런 자잘한 기쁨의 순간들이 인생을 추하지 않게 붙들어 주는게 아닌가 한다고 하면 너무 오버라고 할래나?             ... (음, 오버, 맞는 것 같음)
 
  마지막으로 혹시 궁금해 할까봐 밝히자면 그 라켓의 성능은 애초에 크게 관심도 없었고, 실제 타구감과 성능도 특이할 것은 없는 아주 무난한 라켓이었다. 아, 그리고 매번 그렇듯이 그 라켓도 거의 쳐보지도 않고 도로 큰 손해를 보고 중고시장에 내다 팔았다.
 
  빠르고 강하며 무지막지하게 공격적인...그러면서 어렵지 않은 라켓. 그것이 내가 찾는 라켓인데... 당연히 라켓보다는 내 팔 다리가 문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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